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1층 영업점에는 주식 시세 전광판(시세판)이 있다. 대신증권이 1979년 국내 최초로 이 전자식 시세판을 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래소가 고시하는 종목의 시세를 수기로 적어 보여줬다고 하니 아마 당시엔 대단한 혁신이었을 것이다. 대신증권은 새로운 명동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즉 2016년 말 까지만 이 시세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 시세판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서 점심시간에 잠시 객장을 방문했다.
최신식의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아니고 한눈에 보기에도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디지털 시계 스타일의 시세판이다. 하지만 꾸준히 유지보수를 했는지 의외로 아주 깔끔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최고의 시세판이 없어진다니 아쉽지만 이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가벼운 감상이리라. 이제 거대한 사이즈의 시세판이 꼭 눈앞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객장에 앉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염없이 시세판을 보고 계신 어르신들도 시세판이 없어진다면 당장은 불편해도 금방 새로운 수단을 찾고 거기에 적응하실 것이다. 상징성만으로 시세판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대신증권의 입장이 백분 이해가 간다.
대신증권이 떠난 자리는 이웃 신영증권이 인수해서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서점과 같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민다고 한다. 신영증권에서 벤치마킹을 위해서 직접 츠타야 서점 탐방도 다녀오고 했다니 어떻게 꾸며질지 기대가 많이 된다.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다가 그로 인한 변화에 설레다니 마음 참 간사하다. 세상은 마음따라 이렇게 변해간다.
PS. 많은 기사에서 대신증권 시세판이 객장에 설치된 마지막 시세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 기사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방에 5개의 시세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