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참 신기하다. 아니 냄새라고 해도 된다. 향기가 기분좋게 만드는 화학물질만 칭하는 반면 냄새는 호, 불호를 떠나 모든 종류를 총칭하니까.
예전에 맡아본적이 없는 향기는 날 각성시킨다. 뭐랄까… 정신이 확 든다고나 할까? 껌 한통을 씹는 것보다 참신한 향기를 조금 맡는게 졸음을 쫓는데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색다른 향기로 가득찬 곳에서 암기를 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고 한 연구결과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향기는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향기는 그 어떤 감각보다 기억을 회상하는데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고 한다. 시각, 미각, 청각 보다도 더 효과적이라니 참 재미있다.
익숙한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얼굴에 발린 썬크림의 향은 문득 몇 해 전 여름에 떠났던 여행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섬유유연제 향이 묻어나는 니트를 껴입으면서 포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아니면 어떤 향을 맡은 후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힘을 향수의 냄새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냄새는 백명중 오십명을 끌어당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과는 달리, 백명중의 한명이나 두명만을 아주 강하게 끌어당기는 냄새도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것은 특별한 냄새다. 그리고 내게는 그런 특별한 냄새를 명확하게 감지해냐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숙명적인 냄새임을 나는 알았다. 저 먼곳에서부터도 분명하게 그 냄새를 가려낼 수가 있었다.
그런때, 나는 그녀들의 곁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말이야, 난 그걸 알수 있어”라고.
“다른 어느 누구도 알수 없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나는 알수 있어”라고.<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더욱 신기한 것은 후각은 우리의 오감중에서 가장 쉽게 피로해지는 감각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시큼한 냄새가 풍기는 실험실에 들어갔을때 처음엔 불쾌감을 느끼지만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어떤 냄새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금방 잊고 만다.(물론 다른 냄새를 맡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아무리 강한 향이라도 금새 무감각해지지만 오래도록 영향을 주는 향기.